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탓한다고 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 엘리스의 ABC 모델로 다시 읽는 관계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생각이다. 에픽테토스에서 앨버트 엘리스의 REBT까지, ABC 모델을 도해로 이해하고 관계에서의 멈춤(D)을 배운다.

최익성·
고요한 창가에 놓인 철학자 흉상
PSYCHOLOGY · STOIC PHILOSOPHY

탓한다고 그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생각이다. 2,000년 전 에픽테토스가 던진 이 한 문장이, 현대 심리치료의 가장 단단한 뼈대가 됐다.

사람은 사건이 아니라 사건에 대한 생각 때문에 괴로워한다. — 앨버트 엘리스, 『합리적 정서행동치료(REBT)』

앨버트 엘리스가 REBT(Rational Emotive Behavior Therapy, 합리적 정서행동치료)의 첫 장에 적은 문장이다. 그는 이어서 정직하게 덧붙인다. 이건 내가 처음 한 말이 아니라, 에픽테토스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같은 고대 철학자들에게서 빌려 온 오래된 문장이다.

에픽테토스(Epiktetos)는 그리스 스토아학파 철학자이다. 원래 노예였다가 해방된 뒤 철학을 가르친 인물이다. 그의 가르침은 제자 아리아노스가 정리한 『엥케이리디온(Encheiridion, 편람)』에 담겨 있다. 정확한 원문 취지는 이렇다.

사람을 괴롭히는 것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그 일에 대한 그의 판단이다.

— 에픽테토스, 『엥케이리디온』

2,000년 전의 문장이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가슴이 무너지는 내게도 정확히 들어맞는 문장이다. 엘리스는 이 오래된 통찰에 알파벳 세 개를 붙였다. 그게 그 유명한 ABC 모델이다.

CORE MODEL

ABC 모델 — 사건과 감정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엘리스의 ABC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A는 일어난 일, B는 내가 그 일을 어떻게 보느냐, C는 그 결과로 내가 느끼는 감정과 하는 행동이다.

★ THE ABC MODEL — Albert Ellis, REBT
A ACTIVATING 사건 일어난 일 누가 한 말·행동 B BELIEF 신념 사건을 보는 방식 해석·습관·믿음 ★ 진짜 분기점 C CONSEQUENCE 결과 감정·행동 화·슬픔·짜증 대부분의 사람: A가 C를 만든다고 믿는다 (오해)
대부분의 사람

"그가 그래서 내가 화났다"

A → C

사건이 곧 감정을 만든다고 믿는다. 그가 약속을 어겼다 → 그래서 짜증났다. 그가 말을 그렇게 했다 → 그래서 무너졌다. 원인은 늘 바깥에 있다.

엘리스의 통찰

"같은 사건이어도 신념에 따라 결과가 다르다"

A → B → C

사건은 계기일 뿐이다. 그것을 해석하는 신념(B)이 감정을 만든다. 신념이 다르면, 같은 사건도 다른 결과를 낳는다.

CASE STUDY

같은 침묵, 두 개의 결과

예를 보자.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는데 두 시간째 답이 없다. 이 사건(A)은 하나다. 그러나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결과는 갈린다.

A → 화가 나는 사람

B: "나를 무시하는 거야. 늘 자기가 우선이지."

C: 분노 · 비난 · 단절

A → 웃을 수 있는 사람

B: "바쁜가 보다. 회의 끝나면 답하겠지."

C: 평정 · 신뢰 · 기다림

사건은 같다. 답이 없다는 사실 하나다. 그런데 어떤 신념을 거치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무너지고 누군가는 웃는다. 같은 침묵을 두고 누구는 거절로 읽고, 누구는 배려로 읽는다.

다른 사람의 행동은 계기를 제공할 뿐이다. 이를 해석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상대방에게는 일련의 과정을 시작한 책임만 있을 뿐이고, 결과로 생긴 감정은 오로지 우리 자신이 책임질 몫이다.

햇살이 드는 책상 위 일기장과 찻잔
▲ 잠깐 멈춰서 자신에게 묻는 시간 — 그 자리가 바로 D(Dispute)다

그 사람 탓해서 뭐하리. 바뀌지 않는다. 욕해서 뭐하리. 더 삐뚤어진다. 살아보면 알게 된다. 탓하면 바뀌는 게 아니라, 탓하면 더 삐뚤어지고 각자 탁해진다.

THE STEP BEYOND

D — 잠깐 멈춤, 그 위대한 한 박자

엘리스는 ABC 다음에 한 글자를 더 두었다. D, 논박(Dispute)이다. 비합리적 신념을 따져 묻고, 합리적 신념으로 바꾸는 단계. 이름은 거창하지만 실제로는 간단하다.

관계에서 D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화가 치미는 순간, 잠깐 멈추는 일이다. 그가 한 일과 내가 만든 감정 사이에. 거기서 한 번 묻는 것이다. 거창하다면 거창하고, 위대하다면 위대한 일이다. 잠깐 멈춤은 사실 정말 대단한 일이다.

D · DISPUTE

화가 치미는 순간, 자신에게 던지는 두 개의 질문

대단한 명상도, 긴 호흡도 필요 없다. 멈춤은 단지 두 문장이다.

지금 이 감정은 그가 준 것인가, 내가 만든 것인가?

내가 지금 믿고 있는 이 해석은 사실인가, 나의 습관인가?

이 두 문장을 던지는 그 짧은 순간이, 사건과 감정 사이에 비어 있던 공간이다. 엘리스가 말한 B의 자리, 에픽테토스가 말한 '판단'의 자리. 그 자리를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사건의 노예에서 한 발 빠져나온다.

두 갈래로 나뉜 숲길
▲ 같은 사건에서 시작해도, 신념이 다르면 두 갈래 길이 갈린다
CONCLUSION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자

상대를 바꾸려는 노력은 대개 실패한다. 사람은 탓으로 바뀌지 않는다. 그가 변하기를 기다리는 일은 길고, 자주 헛되며, 끝내 우리를 닳게 한다.

그러나 같은 사건을 다르게 해석하는 일은, 누구의 허락도 필요하지 않다. 그가 변하지 않아도 내가 변할 수 있다.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사건에 대한 내 해석은 오롯이 나의 영역이다.

스토아 철학자들이 2,000년 전에 발견한 것이 그것이다. 엘리스가 임상의 현장에서 다시 확인한 것이 그것이다.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사건이 아니다.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그 한 가지다.

오늘 누군가가 나를 흔들었다면. 잠시 멈추자. A와 C 사이에, B가 있다. 그리고 B는, 내가 들여다볼 수 있는 유일한 자리다.

사건은 하나인데
결과는 두 개다.

그 두 개를 가르는 것이
바깥의 누구가 아니라 내 안의 신념이라는 사실.

그걸 아는 사람은,
더 이상 탓하지 않는다.

— 익성이형
최익성 (Daniel Choi)
경영학 박사 · 조직개발 전문가

조직개발, 리더십, 조직문화 전문가. 20년간 기업 현장에서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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