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문화, 끝까지 그 방에
앉아 있는 사람.
한 글로벌 제조 대기업의 회의 그라운드 룰 프로젝트를 앞두고, 지난 10년의 회의문화 프로젝트들을 다시 정리한다. 처음 머릿속이 하얘졌던 그 금요일 오전부터, S전자·H자동차·L에너지·N식품·A퍼시픽까지. 책 세 권과 함께 걸어온 길이다.
그 첫 회의가 시작되고, 머릿속이 하얘졌다
특별한 프로젝트를 많이 수행했습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T물산 회의문화 혁신 프로젝트입니다. 경영진이 진행하는 모든 회의를 참관한 뒤 코칭 세션을 갖는 방식이었습니다. 첫 회의가 시작되고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금요일 오전에 진행되는 평범한 주간회의였습니다. 20명 정도가 들어와 부사장님께 이런 일이 있었고 이렇게 처리했다고 보고하는 회의였습니다. 몇몇 단어는 해당 업을 몰라 익숙하지 않았고, 몇몇은 너무 형식적이었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한 시간 정도 생각을 정리한 뒤 부사장님과 마주 앉아 피드백과 코칭을 해야 하는데, 도대체 무엇을 말해야 하나 막막했습니다. 사람들은 컨설턴트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거나 명쾌한 솔루션을 제시할 것이라 믿으니까요. 두 시간 진행되는 회의가 끝으로 다가갈수록 손바닥에 땀이 나고 가슴이 뛰고 머리가 복잡했습니다. 회의가 끝난 뒤 "다음에 다시 뵙는 것이 좋겠습니다, 생각을 정리하겠습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자리를 파했습니다.
그렇게 4개월의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회의 모니터링·코칭 프로젝트는 회의문화 혁신 프로젝트로 격상되었고, Culture·People·Process·Infrastructure 네 가지 측면으로 분석과 변화 방법론을 설계하여 변화를 정착시키는 것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 사례는 매우 특별했고, 최초의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후 『가짜회의 당장 버려라』가 출간되었습니다.
그 방에 끝까지 앉아 있는 사람이다."
책 세 권 — 회의문화 작업의 토대
이 책은 전문서임에도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습니다. 회의문화 영역의 작업이 길어지면서 책도 함께 쌓였습니다. 『가짜회의 당장 버려라』(2015) → 『회의문화 혁신』(2019) → 『더 미팅(The Meeting)』(2022). 각 책마다 그 시기의 프로젝트 경험과 발견이 담겨 있습니다.
※ 책 표지 이미지는 YES24 도서 페이지에서 가져왔습니다.
S전자 — 사내방송에서 시작된 3년의 작업
S전자가 대대적인 회의 개선 활동을 시작할 때 회의 전문가로 사내방송에 출연하면서 영상이 그룹 전체로 확산되었습니다. 이후 현재의 DX·DS 전 사업부를 대상으로 회의문화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초격차'로 유명한 권오현 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지로 S전자 반도체부문 내에 별도 사무실을 제공받아 상주하며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실제 영상(오픈 카메라, 몰래 카메라)을 분석하고 피드백 리포트를 작성하며 코칭 세션을 진행했습니다. 임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뭘 아느냐", "원래 이렇게밖에 할 수 없다" 같은 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뚫고 나갔습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어떤 것은 리더십의 변화로, 어떤 것은 구성원의 변화로, 어떤 것은 장소의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N식품 — '삼삼오오'와 권위 도구의 제거
N식품은 회의 원칙을 만들고 정착시키고 싶어 했습니다. '삼삼오오'라는 회의 원칙을 만든 것을 기반으로 드라마 영상을 제작하고, 임원·팀장 대상의 교육 프로그램을 별도로 개발했습니다. 회의실에서 권위를 상징하는 도구를 제거하고 회의 공간 인테리어를 새롭게 했습니다.
H자동차그룹 R&D — 2년에 걸친 임원·실장·PM 교육
H자동차그룹 연구개발본부와 연구소의 회의문화 혁신 프로젝트도 수행했습니다. 그룹 조직문화 서베이에서 '회의 부문'이 가장 이슈가 많아, 이를 개선하는 프로젝트를 알버트 비어만 사장님부터 박정국 사장님 재임 시기까지 진행했습니다.
회의 관련 문서(협조전, 회의 시스템 등)를 모두 분석하고, 온라인·오프라인 회의를 참관하며 변화 방향을 설계했습니다. 회의 그라운드 룰, 회의 진행 프로세스, 프로세스에 맞춘 퍼실리테이션 방법(가이드북)을 설계한 뒤,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했고, 2년 차에는 실장급 리더 대상 코칭과 PM(200명) 대상 10차에 걸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L에너지 — 모니터링에서 팀 코칭으로
L에너지에서는 리더십 지수가 좋지 않은 리더들이 권위적이고 독단적이며 회의 중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해, 이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코칭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팀 코칭 형태로 확장하여 임원과 해당 조직의 팀장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서로가 가진 입장 차이를 좁혀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 프로젝트를 수행했습니다.
L전자 VS사업부 — 권한 없는 사람이 조직을 이끄는 법
L전자 VS사업부(전장)의 프로젝트 리더·프로젝트 매니저를 대상으로 '회의를 이끄는 기술 /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이라는 주제로 8시간 강의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식 직책은 없으나 역할을 수행하는, 권한이 없는 사람들이 조직을 이끄는 법에 대한 과정입니다.
A퍼시픽 — 캘리브레이션 세션, 3년째
A퍼시픽과는 3년째, 일반 기업에서 캘리브레이션 세션이라 부르는 성과·성장 중심 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한 회의를 전 경영자(임원 60명)와 팀장(350명)을 대상으로 개발·진행하고 있습니다. 회의를 준비하고 이끌고 후속 관리하는 법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10년의 누적 — 그래서 무엇이 남았는가
T물산 4개월 · 첫 사례
경영진 회의 참관·모니터링·코칭 → 회의문화 혁신 프로젝트로 격상. Culture·People·Process·Infrastructure 4축 분석·변화 설계.
S전자 DS/DX 3년 · 상주
반도체부문 내 별도 사무실 상주. 실제 회의 영상 분석·피드백 리포트·임원 코칭. 리더십·구성원·공간의 변화.
H자동차 R&D 2년
그라운드 룰·진행 프로세스·퍼실리테이션 가이드북 설계. 전 임원 교육 → 실장 코칭 → PM 200명 10차 프로그램.
L에너지 개인→팀 코칭
리더십 지수 하위 리더 모니터링·코칭에서 출발해 임원·팀장 합동 팀 코칭으로 확장. 입장 차이의 좁힘.
L전자 VS사업부 교육 프로그램
PL·PM 대상 8시간 과정 '회의를 이끄는 기술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기술' 개발·운영.
N식품 원칙·드라마·공간
'삼삼오오' 회의 원칙 수립 → 드라마 영상 제작 → 임원·팀장 교육 → 권위 도구 제거 및 공간 리뉴얼.
A퍼시픽 3년째 진행
캘리브레이션 세션(평가 회의) 운영법 — 임원 60명·팀장 350명 대상. 준비·진행·후속 관리.
플랜비디자인은 회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넘어,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나하나의 프로젝트가 쉽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긴장되고 걱정되고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하다 보면 조직과 개인에게 긍정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게 됩니다. 또한 저와 플랜비디자인도 그만큼 성장한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회의를 바라보는 시선, 문화를 바라보는 태도, 회의문화에 변화를 주기 위한 조직개발 활동을 어떻게 설계하고 만들어가야 하는지가 한층 깊어졌습니다.
의식이 확장되기 전에는, 언제나 어둠과 격변이 일어난다
힘든 시간과 경험들 속에서 늘 떠올리는 문장이 있습니다.
언제나 어둠과 격변이 일어난다."
회의문화를 바꾸는 일도 그렇습니다. 익숙한 방식이 흔들릴 때 저항과 혼란이 먼저 오지만, 그 자리를 끝까지 지키면 변화는 반드시 일어납니다.
이 경험을 가지고, 이제 H모비스의 과업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회의문화는, 결국
완벽한 방법론도, 멋진 슬로건도 아닌 —
그 방에 끝까지 앉아 있는 한 사람의 시간이다.
저항이 오고, 침묵이 흐르고, 한숨이 새어 나오는 그 시간을 견디면
회의는, 그리고 그 회의에 앉은 사람들은 반드시 달라진다.
강의·컨설팅 문의
조직의 상황을 들려주세요. 플랜비디자인과 최익성 박사가
귀사에 맞는 강의·워크숍·컨설팅 프로그램을 함께 설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