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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씨름하지 마라 — 에너지의 주권을 지키는 법

씨름에서 이기더라도, 나는 더러워진다. 논리적으로 완승을 거두어도 감정적으로는 이미 오염된 뒤다. 조지 버나드 쇼의 한 마디가 담고 있는, 리더십의 가장 날카로운 진실.

최익성·
인사이트 · 리더십 에세이

돼지와 씨름하지 마라

씨름에서 이기더라도 나는 더러워진다. 조지 버나드 쇼의 한 마디가 담고 있는 — 에너지의 주권에 관한 가장 날카로운 진실.

✍ 최익성 박사 · 플랜비디자인 📅 2026년 3월 23일 ⏱ 읽는 시간 약 4분

"나는 오래 전에 돼지와 씨름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당신은 더러워지고, 돼지는 즐거워할 뿐이다."

— 조지 버나드 쇼 (George Bernard Shaw)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한참을 멈춰 있었다. 단순한 유머처럼 들리지만, 읽을수록 그 안에 날카로운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살면서 꽤 많은 시간을 '씨름'에 쓴다. 틀린 말을 바로잡으려는 씨름, 억울한 오해를 풀려는 씨름, 나쁜 평가에 맞서려는 씨름. 그 씨름들은 대개 정당하다. 이유도 있고, 명분도 있다. 문제는 상대가 누구냐는 것이다.

생산적 논쟁

서로를 성장시키는 싸움

전제를 나누고, 근거를 검토하며, 결론을 함께 수정해 나가는 대화. 이런 논쟁은 소모가 아니라 생산이다.

진흙탕 논쟁

씨름 자체가 목적인 싸움

상대는 처음부터 이길 생각이 없다. 나를 씨름판으로 끌어들이는 것, 그것이 이미 목적이다.

버나드 쇼의 통찰이 무서운 것은 바로 여기에 있다. 씨름에서 이기더라도, 나는 더러워진다. 논리적으로 완승을 거두어도, 감정적으로는 이미 오염된 뒤다.

더 나쁜 것은, 내가 씨름판에 뛰어든 순간 상대는 이미 이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조직 안에서 수많은 리더들이 이 함정에 빠지는 것을 보아왔다. 능력 있는 리더일수록 오히려 더 쉽게 빠진다. 그는 반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틀린 것을 틀렸다고 증명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 능력을 쓰고 싶어진다.

리더에게 보내는 경고

씨름판에서 내려오지 못하는 사람은, 아무리 강해도 결국 흙투성이가 된다. 당신의 능력이 오히려 당신을 함정으로 이끈다.

그렇다면 돼지와 씨름하지 않는 것은 비겁한 회피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자기 에너지의 주권을 지키는 일이다. 어디서 싸울 것인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것, 그것이 진짜 선택이다.

모든 공격에 응수해야 한다는 강박은, 사실 상대에게 나의 반응 권한을 내어준 것이나 다름없다.

피하는 것과 무시하는 것도 다르다. 씨름판에서 내려온다는 것은 상대를 경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싸워야 할 더 중요한 곳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태도다.

버나드 쇼가 "오래 전에 알았다"고 말한 것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것은 한 번쯤 뛰어들어 보고, 더러워지고 나서야 깨달은 사람의 목소리다. 지혜는 대개 그렇게 온다. 어리석음을 한 번 통과하고 나서.

🤔

오늘 씨름을 걸어오는 누군가가 있다면

잠깐 멈추어 스스로에게 물어보라.

"이 씨름판에 내려가면, 나는 무엇을 얻는가.
그리고 무엇을 잃는가."

대답이 명확하다면, 선택도 명확해진다.

씨름판에서 내려오는 것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싸울 곳을 내가 결정한다는 선언이다.

— 최익성, 플랜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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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성 (Daniel Choi)
경영학 박사 · 조직개발 전문가

조직개발, 리더십, 조직문화 전문가. 20년간 기업 현장에서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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