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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지 않는 투자」 — 수익보다 생존이 먼저다

6조 원을 운용한 자산운용 전문가가 쓴 '금융의 민낯'. 화려한 수익률 뒤에 숨겨진 손실의 구조를 직시하게 만드는 책이다.

최익성·

투자 후 기도하고 있다면, 그 투자는 이미 실패한 것이다

책을 펼치자마자 이 문장이 눈에 꽂혔다.

코스피 1만을 전망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2026년 봄. 서점에는 '얼마를 벌었다'는 성공담이 넘쳐나고, SNS에선 매일 새로운 투자 영웅이 탄생한다. 그런데 정작 그 축제가 끝난 자리에서 손실의 청구서를 받아 든 사람들 이야기는 왜 이렇게 조용할까.

김상훈 저자의 『잃지 않는 투자』는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여의도 6조 원 운용자가 말하는 '금융의 본색'

저자는 하나증권, KDB자산운용, 메리츠자산운용을 거쳐 20년 넘게 수조 원 규모의 자산을 운용해온 '금융의 내부자'다. 미네소타 로스쿨 출신으로 법률과 금융 실무를 겸비한 그가 이 책에서 말하는 핵심 메시지는 하나다.

"금융기관의 본질은 주주를 위한 이익추구다. 고객의 자산에서 창출되는 수수료가 그들의 목표다. 그러니 투자 상품을 추천받았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이 상품이 정말 내가 기대하는 수익과 감당할 수 있는 위험에 맞는가'이다."

불편하지만 맞는 말이다. 금융기관을 적으로 규정하는 게 아니라, 그 구조를 냉정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ELS는 '폭락 보험'을 파는 계약이었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ELS에 대한 해석이다.

많은 사람들이 ELS를 '주가가 일정 수준만 유지되면 수익이 나는 안전한 상품'으로 이해한다. 하지만 저자의 설명은 다르다.

"ELS란 본질적으로 주가가 무너질 경우 그 하락 위험을 상대방에게서 넘겨받아 스스로 책임지겠다고 약속하는 계약이며, 투자자는 그 대가로 평상시에는 일정한 쿠폰을 받는 구조에 서명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투자자가 '수익'을 낸다고 생각하는 순간, 실제로는 '폭락 보험'을 팔고 있었다. 이 한 줄의 재정의(再定義)가 ELS에 대한 내 인식을 완전히 바꿔놨다.

신종자본증권, P2P 금융, 해외 부동산 펀드, 브라질 채권, CFD… 책은 우리가 '중위험 중수익'이라 믿었던 상품들의 실제 구조를 하나씩 해부한다. 읽을수록 불편하고, 그래서 더 필요한 내용들이다.


"모르면 피하라" — 단 네 글자의 원칙

책 전반에 걸쳐 저자가 반복하는 말이 있다.

"모르면 피하라."

투자설명서를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으면 투자하지 말라.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으면 피하라. 이름이 복잡하고 구조가 불투명하면 피하라. 단순하지만, 실제로 실천하기는 가장 어려운 원칙이다.

'좋은 기회'라는 말, '한정 판매'라는 압박, 옆 사람이 돈을 번다는 공포. 이 모든 것이 이 단순한 원칙을 흔들기 위해 설계된 유혹이다.


조직개발 전문가의 눈으로 본 이 책

나는 조직과 사람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했다.

투자에서 손실이 나는 구조와, 조직에서 잘못된 의사결정이 반복되는 구조가 놀랍도록 닮아 있다는 것이다.

  • 정보 비대칭: 금융기관은 구조를 알고, 투자자는 모른다. 조직에서도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비대칭이 문제를 만든다.
  • 사회적 압력: '다들 하니까 나도 해야 한다'는 심리. 회의실에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는 이유와 같다.
  • 복잡성의 함정: 이해할 수 없는 상품일수록 문제 제기가 어렵다. 복잡한 조직 구조일수록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것과 같다.

결국 투자에서도, 조직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 판단하는 힘'**이다. 저자가 말하는 '금융투자 10대 원칙'은 그 판단력을 기르기 위한 기초 체력 훈련이다.


이런 분들께 권한다

  • ELS, DLS, 해외 부동산 펀드를 권유받아 본 적 있는 직장인
  • 은퇴 후 자산 운용을 고민하는 5060 세대
  • 미국 주식과 환율 사이에서 답을 찾는 서학개미
  • '약관은 어차피 복잡하니까'라며 그냥 서명해온 모든 분

마지막으로

책 말미에 이런 문장이 나온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 번의 성공이 아니라, 시장에서 계속해서 판단할 수 있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이다."

이 문장이 오래 남는다. 한 번의 대박보다 꾸준히 시장에 머무는 것. 잃지 않는 것이 곧 이기는 것.

코스피 1만을 향해 달려가는 지금, 이 책은 속도를 줄이고 방향을 점검하게 만드는 조용하지만 강한 경고음이다.


책 정보

  • 제목: 『잃지 않는 투자 — 쉬운 투자는 당신을 가난하게 만든다』
  • 저자: 김상훈
  • 출판사: 파지트
  • 출간: 2026년 5월 20일
  • 가격: 20,000원
  • ISBN: 979-11-7152-138-8
최익성 (Daniel Choi)
경영학 박사 · 조직개발 전문가

조직개발, 리더십, 조직문화 전문가. 20년간 기업 현장에서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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