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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고 싶게 — 어느 대표이사와의 대화 코칭 회고

CEO 코칭이라는 이름 아래 저는 오래 헤맸습니다. 리더십을 코칭하는 것인지, 사람을 코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코칭하는 것인지.

최익성·
함께 하고 싶게 — 어느 대표이사와의 대화 코칭 회고 | 최익성
Project Note · Executive Coaching

함께 하고 싶게

한 제조업 대표이사와의 4개월 1:1 코칭 프로젝트였습니다. CEO 코칭이라는 이름 아래 저는 오래 헤맸습니다. 리더십을 코칭하는 것인지, 사람을 코칭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 사람이 하는 말을 코칭하는 것인지. 결국 저는 세 번째를 골랐습니다. 대화, 그 자체를 훈련의 대상으로 삼자.

대표이사께서 첫 프리미팅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리더십 책도 많이 읽었고, 강연도 많이 들었습니다. 다 아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회의실에 들어가면 여전히 저 혼자 말하고 있어요. 왜인지를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 문장이 저를 오래 붙들었습니다. 다 아는 사람이 왜 여전히 못 하는가. 저는 5만 명에게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애써왔습니다. 결국 도달한 답은 이것이었습니다. 리더가 못 하는 것은 리더십을 몰라서가 아니라, 매일 아침 회의실에서 자기 입에서 나가는 말을 자기가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것.

CEO의 스피치는 달라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처음 꺼낸 카드는 이 문장이었습니다. CEO의 말은 다른 임원이나 팀장과 다릅니다. 그가 입 밖으로 낸 문장 하나가 조직의 다음 분기 방향을 바꿉니다. 회의실에서 무심코 던진 반문 하나가 팀장의 잠 못 이루는 주말을 만듭니다. 그런데 정작 CEO들은 자기 말이 그렇게 크게 울린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아니, 알고는 있지만 알고 있음을 잊고 삽니다.

CEO의 말이 갖춰야 할 네 가지

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저는 4개월간의 코칭에서 무엇을 훈련시킬지를 네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나열이 되지 않도록 한 상위 목적어 아래 두었습니다. "함께 하고 싶게 말한다"는 것이 그 상위 목적어였습니다.

첫째, 간결하게. CEO의 말이 길면 사람들은 요점을 놓치고, 결국 마지막 문장만 기억합니다. 그런데 대개 CEO들은 마무리 문장을 예의상 무겁지 않게 던지려 합니다. 그 문장이 조직 전체가 오해하는 지침이 됩니다.

둘째, 명확하게. "이게 좀 이렇게 됐으면 좋겠는데"라는 문장이 CEO 입에서 나오면, 조직은 그것을 지시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정작 무엇을 하라는 지시인지가 모호합니다. 그러면 팀장 셋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뛰기 시작합니다. 명확하지 않은 CEO의 문장은 조직의 방향을 세 개로 쪼갭니다.

셋째, 따뜻하게. CEO가 옳은 말을 옳게 해도, 듣는 사람이 얼어 있으면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내용이 아니라 온도를 먼저 기억합니다. 온도가 낮았던 회의는 내용이 아무리 정확했어도 실행되지 않습니다.

넷째, 단호하게. 그런데 따뜻하기만 해서는 안 됩니다. CEO가 단호하지 않으면 조직은 어디에 힘을 실어야 할지 모릅니다. 따뜻함과 단호함은 반대가 아니라 짝입니다. 이 두 개를 동시에 붙들 수 있어야 CEO의 말입니다.

CEO 대화 모델 – 함께 하고 싶게, 간결하게, 명확하게, 따뜻하게, 단호하게
4개월 코칭 전체를 관통한 다섯 개 원. 위의 네 가지가 갖춰졌을 때 도달하는 자리가 함께 하고 싶게입니다. 순서를 위아래로 배치한 이유가 있습니다. 나머지 넷은 방법이고, 위의 하나만 목적입니다.

진단이 아니라 훈련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저희가 다르게 한 것은 하나였습니다. 일반적인 CEO 코칭은 다면진단으로 시작합니다. 임원과 팀장들에게 CEO에 대한 익명 설문을 돌리고, 그 결과를 정리해 리포트로 제출합니다. 결과지를 보며 대화를 나눕니다. 이 흐름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저는 이 흐름의 끝에서 대개 "자, 이제 뭘 할까요" 하는 지점에서 코칭이 멈추는 것을 여러 번 봤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서는 진단 리포트를 세 번째 세션에서 이미 접었습니다. 그다음부터는 실제 대화를 시뮬레이션하고 훈련하는 데 나머지 회기를 다 썼습니다. 비전 제시 대화, 의사결정 대화, 성과 평가 대화, 신뢰 구축 대화, 교정 대화. 다섯 가지 시나리오를 정하고, 대표이사께 실제 임원 이름을 대며 "지금 저 사람에게 그 이야기를 어떻게 하실 겁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답변을 녹음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같이 들었습니다.

처음 몇 회기에서는 어색해하셨습니다. "이렇게까지 훈련을 하나요?"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리더십 책 열 권을 읽는 것보다, 자기 입에서 나간 문장 하나를 녹음으로 다시 듣는 것이 훨씬 강력합니다. 그건 부정할 수 없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이기 때문입니다.

CEO의 스피치는 달라야 합니다 – 명확, 따뜻, 단호
코칭 첫 회기에서 공유한 슬라이드입니다. 이 세 문장이 4개월 내내 훈련의 기준이 되었습니다. 어떤 대화 시나리오를 하든, 마지막에는 이 세 가지가 다 담겼는가를 함께 점검했습니다.

잘된 것과, 잘 안 된 것

잘된 것은 대표이사의 회의 시간이었습니다. 4개월 뒤, 회의 시간이 눈에 띄게 짧아졌다고 임원 여러 분에게서 전해 들었습니다. 짧아졌는데 내용은 더 명확해졌다고 하셨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대표이사께서 처음으로 자기가 회의실에서 얼마나 오래 혼자 말하고 있었는지를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녹음을 들어본 뒤에는 아무도 그 습관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잘 안 된 것도 있습니다. 코칭이 끝난 뒤의 지속성이었습니다. 4개월 안에는 코치가 옆에서 함께 듣습니다. 그런데 코치가 사라진 뒤에는, 대표이사 스스로 자기 대화를 녹음해서 들어볼 시간을 갖지 않습니다. 바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녹음한다는 것은 대단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저는 이 프로젝트를 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옆에 코치가 있을 때만 가능한 훈련이었던 것입니다. 코칭 이후에도 이어질 혼자서 하는 훈련의 도구를 저는 결국 만들지 못한 채로 프로젝트를 종료했습니다. 지금도 이 부분은 미완입니다.

리더는 배우지 못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입에서 나가는 말을 자기가 못 들어서 못 합니다.

이 프로젝트가 저에게 남긴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CEO 코칭의 가장 강한 개입은 진단 리포트가 아니라 녹음 재생 버튼이라는 것. 자기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를 스스로 듣게 만드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절반은 바뀝니다. 둘째, 코칭의 목적은 스킬을 이식하는 것이 아니라 관점을 이동시키는 것이라는 것. 저는 대표이사께 화술을 가르치지 않았습니다. 그가 회의실에서 자기 입에서 나가는 말이 어떻게 들리는지를, 남의 입장에서 잠깐 서 있게 해드렸을 뿐입니다.

코칭을 다녀와서 저는 자주 저 자신에게 묻습니다. 나는 강의실에서 함께 하고 싶은 사람으로 말하고 있는가. 명확한가, 따뜻한가, 단호한가. 이 네 가지는 CEO에게 요구한 기준이지만, 사실은 강연자인 저에게도, 컨설턴트인 저에게도, 그리고 아버지인 저에게도 똑같이 필요한 기준이었습니다.
최익성 · 플랜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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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성 (Daniel Choi)
경영학 박사 · 조직개발 전문가

조직개발, 리더십, 조직문화 전문가. 20년간 기업 현장에서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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