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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은 리더의 크기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 어느 인게이지먼트 프로젝트 회고

인게이지먼트를 다시 정의해야 했던 프로젝트였습니다. 몰입이 낮다는 문제 앞에서, 저는 서베이 대신 다른 질문을 꺼냈습니다.

최익성·
조직은 리더의 크기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 어느 인게이지먼트 프로젝트 회고 | 최익성
Project Note · 2026

조직은 리더의 크기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2026년 상반기, 한 대기업 제조 계열사와 임원 대상 인게이지먼트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시작하기 전에 저는 오래 망설였습니다. 인게이지먼트라는 단어가 이미 회사 안에서 소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그 단어를 어떻게 다시 살려낼 것인가. 이 질문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인사 담당 임원께서 첫 미팅에서 말씀하셨습니다. "저희는 인게이지먼트 서베이를 매년 돌립니다. 점수는 조금씩 오르내립니다. 그런데 그 점수가 오르든 내리든, 실제로 조직 안에서 뭐가 달라지는지를 저희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말이 저에게는 익숙했습니다. 조직문화 진단이 그렇듯이, 인게이지먼트 서베이 역시 대개 측정을 위한 측정이 되어 있습니다. 숫자는 나오는데 그 숫자가 조직의 다음 분기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는 상태. 이 상태에서는 인게이지먼트 프로그램을 몇 개 더 얹는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근본에서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인게이지먼트는 리더의 책임인가요, 문화의 결과인가요?

이 프로젝트의 첫 슬라이드로 저는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임원 25명이 모인 자리였습니다. 답이 갈렸습니다. 몇 분은 "결국 리더의 문제 아닌가요"라고 하셨고, 다른 분들은 "리더 개인의 문제로 몰면 안 됩니다.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어떤 리더도 못 합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이 논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 조직이 이제까지 인게이지먼트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서로에게 미루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둘 다입니다. 하지만 순서가 있습니다. 인게이지먼트는 리더에서 시작해서 문화로 완성됩니다. 리더가 만드는 것도 아니고 문화가 저절로 되는 것도 아닙니다. 리더가 어떤 문장을 반복해서 던지고, 어떤 회의를 반복해서 열고, 어떤 결정을 반복해서 내리는지가 몇 년에 걸쳐 쌓이면, 그것이 문화입니다. 그러니 문화의 지분은 사실 리더의 지분보다 큰 것이 아니라, 리더의 지분이 시간에 걸쳐 누적된 것입니다.

이 답을 하고 나서 저는 프로젝트 전체를 하나의 문장으로 재정리했습니다.

조직은 리더의 크기를 넘어설 수 없습니다
An organization cannot rise above the size of its leader. 이 문장은 제가 만든 문장이 아닙니다. 오래된 리더십 격언이지만,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이 문장을 붙들고 나서 프로젝트의 구조가 정해졌습니다. 조직 진단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서베이도 돌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25명의 임원 한 명 한 명에게, 자기가 남기고 있는 것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6개월에 걸쳐 만들기로 했습니다.

리더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인가

두 번째 회기의 첫 슬라이드로 이 질문을 던졌습니다. 리더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인가.

리더는 무엇을 남기고 떠나는 사람인가 – 문화, 사람, 결과
세 가지입니다. 문화를 남기는 사람, 사람을 남기는 사람, 결과를 남기는 사람. 대부분의 리더는 이 셋 중 하나만 남깁니다. 그리고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도 잘 모릅니다.

이 프레임은 임원들의 자기 인식을 흔들어놓았습니다. 어떤 분은 "저는 지금까지 결과만 신경 썼습니다. 저희 팀에서 몇 명이 저 때문에 떠났는지를 지금 처음 세어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어떤 분은 반대로 "저는 사람은 남긴다고 자부해왔는데, 정작 결과에서는 조직이 저를 신뢰하지 않고 있었네요"라고 하셨습니다. 이 질문의 힘은 답의 정답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낯설게 마주하게 만든다는 데 있었습니다.

인게이지먼트는 그 낯선 마주함에서 시작됩니다. 임원 스스로 자기가 무엇을 남기고 있는지 모른 채, 구성원들의 몰입도 점수만 걱정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입니다. 구성원의 몰입은 리더의 자기 인식만큼만 자랍니다.

그리고 던진 마지막 질문

5회기, 6회기에 가서는 조금 세게 나갔습니다. 임원들 앞에서 이런 슬라이드를 띄웠습니다. "당신은 세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세 가지 선택 – 구질구질하게 삐대거나, 박차고 나가거나, 제대로 보여주거나
이 슬라이드가 나오자 회의실이 조용해졌습니다. 리더가 자기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선택은 결국 이 세 가지뿐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세 번째를 하지 않고서 인게이지먼트를 이야기할 자격은 없다고, 저는 그날 정말로 말씀드렸습니다.

구질구질하게 삐대거나. 박차고 나가거나. 제대로 보여주거나. 이 세 문장의 언어가 얼마나 셌는지, 강의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몇 분이 저를 붙잡으셨습니다. "이런 말을 임원 자리에서 듣는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하셨습니다. 부드러운 직선. 저는 부드럽게 말했지만 직선은 흔들지 않았습니다.

잘된 것과, 잘 안 된 것

잘된 것은 언어였습니다. "당신은 무엇을 남기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6개월이 지난 뒤에도 이 회사의 임원 회의에서 인용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게이지먼트 프로그램의 성공은 KPI 점수의 상승이 아니라, 조직이 스스로에게 하는 질문의 질이 달라졌는가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그 기준에서는 성공이었습니다.

잘 안 된 것도 있습니다. 임원 25명 중 몇 분에게는 이 접근이 닿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여전히 "그래서 우리 회사 인게이지먼트 점수는 몇 점이 됩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답을 드리지 못했습니다. 서베이를 안 돌렸기 때문입니다. 프로젝트 종료 보고에서 이 부분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자기 인식의 언어로 옮겨오지는 않는다는 것을, 저는 이 프로젝트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어떤 사람은 끝까지 숫자로만 세계를 봅니다. 그것이 옳거나 그르다기보다, 컨설턴트가 감당해야 할 현실의 일부라고 저는 지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구성원의 몰입은 리더의 자기 인식만큼만 자랍니다.

이 프로젝트가 저에게 남긴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인게이지먼트는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각하는 것이라는 것. 서베이 점수는 결과의 그림자일 뿐입니다. 진짜 인게이지먼트는 리더가 매일 어떤 문장을 반복하는가에서 만들어집니다. 둘째, 인게이지먼트 프로젝트의 대상은 구성원이 아니라 임원이라는 것. 몰입을 높이려는 시도가 실패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몰입을 만들 사람이 정작 이 프로젝트 안에 초대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저는 저 자신에게도 여러 번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나는 강의실에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나는 회사에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나는 저의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 리더에게 던지는 질문은 늘 컨설턴트 자신에게 먼저 되돌아옵니다. 이게 이 일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자, 가끔은 도망가고 싶게 만드는 무게이기도 합니다.
최익성 · 플랜비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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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익성 (Daniel Choi)
경영학 박사 · 조직개발 전문가

조직개발, 리더십, 조직문화 전문가. 20년간 기업 현장에서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이끌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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