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의 다음을 만드는 팀장
2026년 가을, 창립 50주년을 맞은 한 대형 종합상사의 본사 팀장 40명을 위한 워크숍을 설계했습니다. 이름은 「The NEXT」. 100년 기업의 절반에 도착한 회사가 다음 5년을 묻고 있는 시점에, 그 질문을 팀장의 자리로 옮겨오는 일이었습니다. 오래 붙들었던 것은 콘텐츠가 아니라 한 가지 판단이었습니다. 이 워크숍은 가르치는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담당 부서에서 제안요청서를 받았을 때 목적란에는 "지속적으로 팀 가치를 창출하고 팀 성과를 견인하는 팀 리더 역량 강화"라는 문장이 있었습니다. 익숙한 문장입니다. 열 곳 중 아홉 곳이 이 문장으로 팀장 교육을 발주합니다. 저희는 이 문장을 조심스럽게 세 개의 질문으로 바꿔서 다시 돌려드렸습니다. 팀장은 무엇으로 팀 가치를 만드는가. 팀장은 변화를 어떻게 통과시키는가. 팀장은 어떤 미래를 그리는가. 이 세 질문이 곧 세 개의 모듈이 되었습니다.
회사를 먼저 읽었습니다. 50년 전 그룹의 수출입 창구로 출발한 이 회사는 몇 해 전 사명에서 '종합상사'라는 단어를 뗐습니다. 최근에는 차량용 부품사를 경영권 인수 방식으로 품었고, 해외 거점을 본사화하고, 회장님이 임직원에게 AI 실무 교육을 직접 주문했습니다. 업의 정의가 바뀌는 중이라는 뜻이었습니다. 무역에서 투자로, 중개에서 제조로, 사람의 손에서 AI와 함께하는 일로. 이 변화를 팀장 40명이 자기 언어로 받지 못하면, 회장님의 비전은 임원 회의실 안에서 선언으로 끝납니다.
그래서 워크숍을 세 가지로 약속드렸습니다. 가르치지 않고 만듭니다. 워크숍이 끝나면 팀장 40명이 직접 쓴 「다음 5년의 장면」 40장이 남습니다. 회사의 언어로 말합니다. 해외 거점 본사화, 투자형 종합상사, 준비된 100년 기업 — 회사가 이미 쓰는 말 위에 리더십을 얹습니다. 일반론은 넣지 않습니다. 팀장의 일을 줄여서 세웁니다. AI 시대에 팀장의 일은 늘어나지 않습니다. 바뀝니다. 무엇을 놓고 무엇을 붙잡을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 이 워크숍의 핵심이었습니다.
세 개의 모듈, 그리고 하나의 오프닝
오프닝의 이름은 「하프타임」으로 붙였습니다. 100년 기업의 절반에 왔다는 말을 은유로 넣고 싶었습니다. 하프타임에 감독이 하는 일은 두 가지입니다. 전반을 정리하고, 후반의 첫 5분을 정합니다. 이 30분 동안 팀장 각자에게 "나는 어떤 팀장으로 후반전을 시작할 것인가"라는 한 문장을 쓰게 합니다. 이 문장은 마지막 모듈에서 다시 꺼내집니다. 아침에 쓴 문장과 오후에 다시 꺼낸 문장이 달라져 있는지, 각자가 스스로 봅니다.
첫 번째 모듈은 「변화 앞에서 구성원이 던지는 네 가지 질문」입니다. 변화는 사건이 아니라 대화라는 것이 저의 오래된 믿음입니다. 구성원은 변화를 이해하기 전에 질문합니다. 왜 바뀌나 / 나는 어떻게 되나 / 어떻게 하나 / 우리는 뭐가 되나. 네 질문은 순서대로 옵니다. 리더는 대개 첫 번째 질문에 오래 머물고 두 번째를 건너뜁니다. 저항의 대부분은 두 번째에서 생깁니다. 회사의 업이 바뀔 때 구성원이 가장 먼저 묻는 것은 회사의 미래가 아니라 자기 자리입니다. 이 사실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팀장의 하루를 갈라놓습니다.
두 번째 모듈은 「AI 시대, 팀장이 붙잡을 것과 놓을 것」입니다. 이 모듈에서 팀장들은 자기 팀의 일을 세 층으로 나눠 봅니다. 맡기는 일 · 함께하는 일 · 직접 보는 일. AI와 시스템이 더 잘하는 일은 맡기고 확인 기준만 준다. 구성원이 AI를 써서 하되 팀장이 기준을 주는 일이 함께하는 일. 팀장만 할 수 있는 일 — 우선순위, 사람에 대한 결정, 파트너와의 신뢰, 판단이 갈리는 순간 — 이 직접 보는 일입니다. 실습에서 대부분의 팀장이 발견합니다. 직접 보는 일이 생각보다 적고, 맡기는 일을 아직 붙잡고 있다. 그 발견이 시간을 만듭니다.
세 번째 모듈이 이 워크숍의 심장입니다. 「다음 5년의 장면」. 숫자는 회사가 정합니다. 장면은 팀이 그립니다. 회장님이 원하는 것은 성장률이 아니라 "그때 우리가 어떤 모습인가"였습니다. 그래서 팀장들에게 2031년의 세 장면을 쓰게 합니다. 파트너가 우리 팀을 이렇게 부른다 / 구성원이 우리 팀을 이렇게 말한다 / 회사가 100년사(社史)에 우리 팀을 이렇게 기록한다. 숫자 없이, 장면으로. "매출 30% 성장"이 아니라 "해외 거점에서 우리 팀 없이 딜을 시작하지 않는다"처럼.
잘된 판단과, 아직 못 푼 숙제
설계 단계에서 잘된 판단이 하나 있습니다. 결과물을 다음 모듈의 재료로 쓰도록 이어 붙인 것입니다. 첫 모듈에서 나온 「변화의 네 답 카드」는 두 번째 모듈의 대화 롤플레이 재료가 되고, 두 번째 모듈의 「일의 재배치 지도」는 세 번째 모듈의 장면 카드에 다시 깔립니다. 강의를 듣고 나가는 교육이 아니라, 무언가를 들고 나가는 교육이 되려면 각 시간의 결과물이 다음 시간의 입구가 되어야 합니다. 이 원칙만 지켜도 워크숍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또 하나 잘 붙인 판단은 경영진 응답 세션입니다. 팀장이 자기 팀의 5년을 발표하는 자리에 경영진이 앉되, 평가가 아니라 응답을 하도록 형식을 사전에 합의합니다. 이 형식 하나가 팀장의 발표 태도를 바꿉니다. 보고가 아니라 제안이 됩니다. 팀장 40명의 장면이 회장님의 비전 아래 나란히 놓이는 것 — 그것이 이 워크숍의 최종 산출물이라고 저희는 봤습니다.
잘 안 풀린 것도 있습니다. 정확히는, 워크숍 이후의 재소환 장치를 이번에도 다 만들지 못했습니다. 100일 점검 세션을 옵션으로 제안했지만, 이런 사후 장치가 프로그램 자체에 내장되기보다 별도의 협의 사항으로 남는 구조를 저희는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워크숍이 하루로 끝나지 않으려면, 참여자가 자기 워크시트를 몇 주 뒤에 스스로 꺼내볼 이유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이유를 프로그램 안에 심는 일에서 저희는 여전히 서툽니다. 이번에도 완성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제안서만으로는 이 워크숍의 진짜 얼굴을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팀장 두 사람이 "안 쓰는 이유를 듣고 싶다. 판단하려는 게 아니다"라는 첫 문장을 서로에게 건네보는 그 몇 분, 팀장 40명이 자기가 쓴 장면 카드를 벽에 나란히 붙이고 서로의 5년을 처음으로 읽는 그 장면 — 이런 순간이 워크숍의 심장인데, 이건 문서에는 담기지 않습니다. 문서가 통과되어야 그 장면이 만들어지니 문서는 계속 쓸 수밖에 없지만, 문서와 현장 사이의 이 간극이 저희가 아직 다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된 것
팀장 워크숍을 여러 번 설계하고, 여러 회사에서 실행하면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팀장은 회사에서 유일하게 위와 아래를 동시에 보는 자리라는 것. 이 자리의 고단함을 아는 사람이 설계해야 팀장이 "이 워크숍은 나를 위한 자리다"라고 느낍니다. 그렇지 않으면 팀장 워크숍은 대개 임원의 요구를 팀장의 언어로 다시 훈련시키는 자리가 됩니다. 팀장들은 그 신호를 아주 빠르게 알아챕니다. 알아채는 순간 몸이 뒤로 물러납니다.
이번 워크숍을 설계하는 내내 저는 저의 경영기획팀 시절을 여러 번 떠올렸습니다. 대표이사의 메시지가 어떻게 현장에 번역되고, 어디서 끊기는지를 그 자리에서 오래 봤습니다. 팀장은 그 번역의 마지막 마디입니다. 이 마디가 끊기면, 위에서 아무리 좋은 문장을 만들어도 조직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워크숍은, 조금은 그 시절의 저에게 뒤늦게 전하는 매뉴얼 같은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제안서 마지막 페이지에 이 문장을 놓았습니다. 이 한 줄이 이 워크숍의 전부이기도 했고, 저희가 팀장이라는 자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저희의 대답이기도 했습니다. 팀장 40명의 언어로 회사의 다음 5년이 다시 쓰이는 순간을, 이 워크숍이 만들어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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